도마 하나로 고기와 채소를 썰어도 될까? 제가 순서를 바꾼 이유
저녁 준비를 하다 보면 도마 하나를 계속 사용하는 날이 있습니다.
채소를 썰고 고기를 손질하다 보면 설거짓거리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 같은 도마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중간에 한번 씻으면 괜찮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마 관리를 찾아보면서 칼집이나 얼룩보다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생고기나 생선과 그대로 먹는 채소·과일 사이의 교차오염이었습니다.
그 뒤로 도마를 여러 개 준비하지 못한 날에는 도마를 쓰는 순서부터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도마가 하나라면 무엇을 먼저 써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샐러드에 넣을 채소와 생고기를 한 끼에 같이 준비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둘 다 같은 도마를 사용해야 한다면 저는 이제 바로 먹을 채소부터 손질합니다.
채소를 먼저 썰어 다른 그릇에 옮겨놓고, 필요한 준비를 마친 다음 생고기를 손질하는 식입니다.
생고기·가금류·생선에는 미생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손질한 도마가 다른 음식과 접촉하면 교차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샐러드용 채소나 과일처럼 추가로 가열하지 않고 먹는 음식이라면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도마가 여러 장 있다면 용도를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는 생고기·생선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채소·과일처럼 바로 먹는 식품용으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색이나 모양이 다른 도마를 사용하면 가족이 함께 요리할 때도 구분하기 편합니다.

생고기를 손질한 날에는 도마 밖도 한번 봅니다.
도마를 깨끗하게 씻었는데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고기나 생닭을 손질하다 보면 육즙이 도마 안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싱크대 주변이나 조리대에 흘렀을 수도 있고, 고기를 만진 손으로 수도꼭지나 다른 조리도구를 만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날에는 도마와 칼만 씻고 끝내기보다 주변에 육즙이 튄 곳이 없는지도 같이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생고기를 만진 손으로 냉장고 손잡이나 양념통 등을 만지는 행동도 조리 중에는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도마를 여러 장 쓰는 것만으로 교차오염 관리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세척할 때 앞면만 닦으면 놓치는 곳이 있습니다.
도마를 씻을 때는 음식이 직접 닿은 윗면에 먼저 눈이 갑니다.
하지만 국물이나 육즙이 가장자리로 흘러 뒷면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한 다음 사용하는 도마에 맞는 방법으로 앞면과 뒷면, 가장자리까지 세척합니다.
손잡이 구멍이나 홈이 있는 제품이라면 그 주변에도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은지 봅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여부나 권장하는 세척 방법은 도마 소재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제조사의 관리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이 끝났다고 바로 다른 도마와 포개놓는 것도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기가 빠지고 공기가 통하도록 충분히 말린 다음 보관합니다.
특히 나무 도마는 장시간 물에 담그거나 제품에서 권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변형될 수 있으므로
사용 중인 제품의 관리 방법을 확인하세요.
칼집 몇 개보다 '씻을 수 있는 상태인가'를 봅니다.
도마를 오래 사용하면 칼집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래서 얕은 칼자국 몇 개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표면이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를 봅니다.
칼집이 깊어 음식물이 계속 끼거나 표면이 심하게 갈라지고 벗겨져 제대로 세척하기 어려워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도마가 휘어서 조리대에 안정적으로 놓이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히 세척하고 말렸는데도 특정 냄새가 계속 남고 깊은 균열이나 손상까지 보인다면
새 도마로 교체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도마는 몇 개월이나 몇 년 사용했느냐보다 지금도 제대로 세척하고
건조할 수 있는 상태인지가 더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도마 관리에서 제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세척법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마를 더 깨끗하게 씻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주방에서 가장 쉽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조리 순서였습니다.
도마가 하나라면 바로 먹는 채소와 과일부터 준비하고, 생고기나 생선은 나중에 손질하는 것입니다.
사용이 끝난 뒤에는 음식물이 굳기 전에 도마의 앞면과 뒷면, 가장자리까지 세척하고 충분히 말립니다.
도마에 칼집이 생겼을 때도 무조건 버려야 하나 고민하기보다
그 틈까지 제대로 씻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보면 판단하기가 조금 쉬워집니다.
결국 제가 도마를 사용하면서 기억하려는 것은 복잡한 세척법보다 두 가지입니다.
익히지 않고 먹을 음식과 생고기·생선을 섞어 손질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용한 도마를 씻은 뒤 완전히 말리는 것.
이 두 가지부터 지켜도 평소 도마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훨씬 분명해집니다.